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첫번째 미술수업 - 오감으로 조형요소과 조형원리 표현하기 '선'
본문 바로가기
미술수업

첫번째 미술수업 - 오감으로 조형요소과 조형원리 표현하기 '선'

by 미술교사 2024. 9. 10.

길었던 여름방학

 

 

학교 공사때문에 길었던 여름 방학동안 책에 빠져있었다.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하고 책을 읽고 인강을 듣기도 했다. '고명환'의 책에 빠져있었고 크레이머의 '치료로서의 미술(ART as THERAPY)', 로웬펠드의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 북스터디, 인강을 듣고 공부했다. 크레이머의 '치료로서의 미술 (ART as THERAPY)'은 나의 미술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주었고, 나의 미술수업을 바꾸어 주었고, 크레이머의 미술에 대한 정의는 다른 모든 책들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었다. 

 

미술이란, 삶의 경험에 상응하는 것을 창조해냄으로써 인간 경험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삶은 경험의 세계이고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험의 범위가 넓혀지는 것은 무엇일까를 깨닫는 것이 나의 과제이고 나의 미술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오감으로 표현하는 조형요소와 원리 - '선'

우주의 소리를 눈으로 듣다

 

조형요소와 조형원리가 조형언어이기 때문에 첫 미술수업은 항상 '조형요소와 원리'로 시작한다. 

1학기 첫 수업도 역시 조형요소와 조형원리로 시작하였다. 이제까지의 수업은 '몸으로 표현하는 조형요소와 조형원리'나 교과서를 보면서 이론설명을 하고 작품을 통해 조형요소와 원리를 찾는 등이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다시 '조형요소와 원리'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은 1학기때 이론으로 배웠던 조형요소와 원리를 기억하고 있었고 곧잘 질문에 대답하곤 했다. 

나, 미술교사는 1학기때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직관과 개념  -  AI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있는 영역은 개념이 아니라 직관이다.

감각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선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림을 완성한 후에 오감으로 느끼고 느낀 감각을 제목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 재료 - 엽서크기의 도화지, 빨간색 모나미 볼펜
  • 제한시간 - 3분(3분동안 멈추지 말고 계속 드로잉을 한다.)
  • 조건 - 어떠한 형태를 계획해서 그리지 않고 마음가는 대로 그린다. 글씨는 쓰지 않는다.
  • 과정1 - 그림을 그리기 전, 깨끗한 종이를 손으로 만져본다.(촉각) 
  • 과정2 - 그림을 그리면서 귀를 연다(청각)
  • 과정3 - 그림을 완성 후 그림을 코에 바짝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후각)
  • 과정4 - 종이의 표면을 만져본다.(촉각-질감의 변화 느끼기)
  • 과정5 - 그림을 보고 (시각) 떠오르는 이미지, 선들의 느낌을 느껴보고 활동지를 작성한다.
  • 과정6 - 자신에게 크게 느껴졌던 감각 2가지를 골라 활동지에 적힌 단어들을 두 섞어 작품 제목을 정한다.

 

활동지

여기서 과정6이 너무너무 재밌다.

이 과정은 고명환의 독서법에서 힌트를 얻어 적용해 보았다. 고명환은 동시에 여러권을 10쪽씩 읽는 독서법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생각들이 뒤섞이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였다.

나도 첫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활동을 해보았는데 나에게는 청각과 시각이 크게 다가왔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볼펜소리가 굉장히 거슬렸었고 내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나는 소리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며 몰입이 되어 소리에 따라가며 그림을 그렸다. 다 그리고 나니 그림에서 우주의 블랙홀이 느껴졌다. 이 시각과 청각의 느낌을 뒤섞여 작품 제목을 '우주의 소리를 눈으로 듣다' 라고 표현해 보았다. 우주의 소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소리를 우리가 들을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감각을 뒤섞어 표현해 보니 그럴듯한, 재밌는 문장이 탄생되었다. ChatGPT가 만들어 주지도 않았고 어느 인터넷글을 참고 하지도 않았고 어느 책을 문구를 베낀것도 아닌 나만의 문장이 나왔다. 너무 너무 재밌고 소름끼치는 경험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창조해내다니!...

이 뿌듯함과 성취감이라니...

 

아이들 또한 모두 문학소년소녀, 철학자 같은 작품 제목들이 나왔다.

바다의 목소리를 가진 아저씨를 만나다.
여름을 듣고 가을을 보고 겨울은 감각을 맡는다
시선의 향은 차갑다
배고픔의 냄새는 강렬하다
시끄러운 냄새가 수세미에 씻겨내려간다
듣기 싫은 꾸덕한 냄새
가을 바람 향기의 외침
뇌의 소리없는 고통의 외침
별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은하수

 

 

똑같은 활동을 하였어도 30명 한반 아이들 모두의 다른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 

아이들의 작품에 감탄이 나온다....

 

다음 차시 수업은 '질감을 표현하고 공간을 발견하기'이다. 

 

* 이 활동은 <한권으로 끝내는 미술 수업 가이드북-김유미, 최소라, 정선혜 저>에 나오는 활동에 나의 생각을 더해 변형한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