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를 잠시 덮어 두고 육아서를 집어 들었다.
육아서가 이렇게 삶을 관통하고 있을 줄이야...
한 챕터를 옮겨 적어본다.
인생의 두 번째 산에 오른다는 것
인생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
데이비드 브룩스, <두 번째 산>
재능 연마하기, 대학에 들어가기, 부모에게 독립하기, 취직하기, 커리어 쌓기, 집 장만하기, 성공, 명예, 인정, 돈, 자기 계발 등으로 다른 사람보다 앞서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기, 세상에 나의 존재 가치를 남기기 등.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스 브룩스는 인생에서 어떤 특정한 일을 해내려는 것을 첫 번째 산에 오르는 일이라고 한다. 첫 번째 산에 오르면서 사람마다 어떤 고통스러운 사건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그 사건을 통해 인생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몰라 힘들어한다. 고통의 골짜기에서 방향을 잃고 헤맨다. 누군가는 이것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했다.
진정한 나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남들이 말하는 자신을 진짜 모습이라 착각하며 첫 번째 산에 올랐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세운 기준에 따라 결국 진정한 인생의 의미, 행복, 내적자유, 정서적 안정, 가치 등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뭔가를 애써 성취하려고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이 첫 번째 산에 오르다 굴러떨어진 사람이 고통의 골짜기에서 얻는 유익이다. 이것은 사실 삶에 주어진 선물이다. 이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고통의 골짜기는 낡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곳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현재 겪는 고난과 고통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의 골짜기에서 인생이 자기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똑바로 들으려는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소리다. 고통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으려 할 때, 인생에 묻고 들으려 할 때, 놓치고 있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성공이 아닌 성장을, 물질적 행복이 아닌 진정한 나로서 사는 기쁨과 깨달음을 얻는다.
고통의 골짜기를 경헌한 사람만이 두 번째 산에 오를 수 있다. 두 번째 산에서는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산다. 세상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성취하는 것보다 어떤 목적과 의미로 사는지가 두 번째 산에서는 더 중요하다. 두 번째 산을 오르는 것은 의미, 목적, 사명, 헌신, 사랑을 선택하는 길이다. 고통의 골짜기에서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할 때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예전과 같은 첫 번째 산을 오를지, 아니면 두 번째 산을 오를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선다.
고통의 골짜기에 선 당신, 이제 어떤 길로 오르겠는가?
나는 여러 개의 정체성을 지닌다. 나, 우리 엄마아빠의 딸, 시부모님의 며느리, 남편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미술 교사, 담임 교사 등등. 나는 이러한 정체성들의 통합이다. 나 '000'의 삶에서는 첫 번째 산을 넘어 두 번째 산을 오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엄마로서는 첫 번째 산을 오르다 고통의 골짜기로 굴러 떨어졌다. 나는 내 삶을 왜 통합적으로 보지 못했지?...나도 인간이니까 나도 미숙해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엄마로서 고통의 골짜기에서 두 번째 산을 오르기로 선택한다. 고통의 골짜기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억울하고 원통한 고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감정에 휘둘려 사는 엄마가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으로 아이가 이 세상에서 올곧게 설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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