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5회차 수업 - 세상의 모든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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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5회차 수업 - 세상의 모든 노랑

by 미술교사 2024. 11. 20.

 

오후 5시 13분. 아이들이 어린이집 하원차량에서 내린다. 나보다는 내가 들고 나온 킥보드로 뛰어간다. 벌써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놀이터로 달려간다. 아파트 단지 내 단풍이 너무나도 예쁘다. 햇살이 따사로울 때의 단풍 색깔과는 또 다른 오후의 단풍 색깔이다. 나무에 달려있는 나뭇잎도 예뻤는데, 떨어진 단풍잎도 너무나 예쁘다. 한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의 색깔이 제각각이다. 한 나뭇잎 안에서도 여러 색깔이 있다. 회색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 색깔과 초록색 나무 위에 떨어진 단풍잎 색깔이 다르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을 우리는 얼마나 예민하게 느끼며 살까?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보여준다.

 

"너무 이쁘지?"

"여기가 어디야?"

"우리 아파트야, 놀이터 앞. 하하"

 

이번 수업의 주제는 '세상의 모든 노랑'이다. 

노랑색을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진한 노랑, 연한 노랑, 개나리색, 노랗다. 누리끼리하다. 누르스름하다. 누렇다. 샛노랗다.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permanent yellow. permanent yellow deep. lemon yellow. yellow ocher.

이 단어들로 세상의 모든 노랑이 표현이 될까?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노랑'이라고 이름 붙여진 크레파스나 색연필, 색종이 등을 선택해 사용해 왔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크레파스에는 노랑과 연노랑이 노랑의 전부였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수많은 노랑 중에 필요한 노랑을 선택해 쓸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포스터 칼라를 이용해 색을 섞어 노랑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색을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다양한 색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색에 이름을 붙히고 색을 선택해서 쓰는 것과 어떤 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까?

 

 

다채로운 노랑들이 나왔다. 

순수한 노랑도 보이고 혼합하여 나온 노랑계열의 색도 보인다. 노랑은 물감의 3 원색 중 하나이다. 원색은 물감의 혼합으로 나올 수 있는 색이 아니라 순수한 그 색 자체이다. 중학교 <미술 1> 교과서에 나와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올 것이다.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에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미대를 나온 미술교사인 나는 수많은 색 혼합의 경험과 이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을 그 학생은 이번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 갈색을 만든 학생도 왜 노랑이 아니라 갈색이 나왔는지 경험했을 것이다.

 

릴레이 그림

노랑의 바탕 위에 릴레이 그림이 이어졌다. 다양한 노랑색위에 선생님의 지시문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1. 짧은 선을 반복한다.
2. 화면 한쪽 끝에서 한쪽 끝까지 갈팡질팡 지나간다.

 

3. 얼룩(면)을 추가한다.
4. 더 추가하여 그림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지시문이 시작될때 마다 다른 사람과 그림을 바꾸어 다른 사람 그림 위에 지시문을 완성한다. 

다른 사람 그림 위에 이어서 그린다는 신선한 재미와 역동성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그림에 맞추어 그리다 보니 내가 그리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도 그림이 그려졌다. 자유로웠고 나의 새로운 점들이 발견되었다.


이 주제를 학교에서 '조형요소와 원리' 수업을 할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바로 학교 미술 수업시간에 적용해 보았다.

재료는 간단히 흰색, 검정색 켄트지, 색지, 오일 파스텔로 하였다. 지시문구는 똑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로웬펠트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조형요소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교사가 조형요소와 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역시 아이들은 화면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구성하는 원리를 알고 있었다. 썩 괜찮은 작품들이 나왔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받았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여기에 어떻게 그려야 어울릴까?"

내가 그림을 그릴때는 몰랐는데 다른 사람이 그리는 과정을 보니 그림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이 그림은 두번째인가 세 번째에 민들레 꽃이 완성되어 버렸다. 그러니 다음 사람은 그림에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마지막에 그린 아이는 화면 테두리를 액자처럼 꾸며주었다. 이 아이의 센스가 돋보였다. 이 작은 센스가 그림을 훼손하지 않으며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조용하고 소심한 이 아이는 말이 많은 친구가 단짝이다. 하루 종일 떠들어 대는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아이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마치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차갑고 완벽주의 같은 이미지와 표정은 다른 사람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이 아이와 반대로 내 주변에는 재잘대는 친구들이 있다.

이 그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그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다. 화면 윗부분을 그린 아이는 마음이 힘들어 잦은 결석과 조퇴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화면 아랫부분을 그린 아이는 다른사람보다 자신의 우월한 부분을 과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며 지낸다. 나는 나고 그런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반우리 반 반장의 그림이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끝까지 마무리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그려놓은 그림을 새 둥지로 만들어 놨다. 이 아이는 투표도 없이 아이들의 만장일치 추천으로 반장이 된 아이이다. 아이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아이이다. 나는 이 작품에 우리 반 <3학년 2반>이라는 제목을 지어주었다. 이 아이는 마구잡이인 우리 반 분위기를 잘 매만져 가는 아이이다.


이 작업을 함께 하면 좋을 사람

· 대상: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

· 수업 목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 인지하기 / 다른 사람들은 타인과 어떻게 관계맺는지 들여다 보기

· 작업 방식: 3-4명 소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