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2회차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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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2회차 수업

by 미술교사 2024. 10. 17.

과제 - 인물 전신상 그리기

지난 주 과제는 A4용지에 연필로 <인물 전신상 그려오기> 였다. 모델없이.

과제-인물 전신상 그리기

 

이런 포즈가 나왔는데 요즘 머릿속에 온통 '휴식' 밖에 없는 것 같다. 상상해서 인물을 그리려니 얼굴 표정과 손이 그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얼굴표정, 손은 흐릿하게 얼버무렸다.

 

수업시간 - 지시문을 시각화하기

이 부족 사람들은 머리에 비해 몸집이 아주 큽니다. 머리털은 뻣뻣하여 땋아 놓으면 하늘로 솟는답니다.
부족의 우두머리는 땋은 머리갈래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입니다.
걷기를 좋아해서 근육이 잘 발달했으며 따가운 지역이라 보호장치를 항상 작용하고 다니지요.
싱싱하고 달콤한 열매을 즐며먹으며 나뭇잎이나 꽃으로 몸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쾌활하며 수다스럽고 동물들과도 잘 어울리며 활동적이지요.
외출하기를 즐겨하며 날씨에 따라 신는 신발도 다양하답니다.

 

이 지시문을 읽고 그림이 곧바로 그려지지가 않았다.

'쾌활한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를 한참 고민했다. 이 부족 사람들의 생김새는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그리기 쉬울 것 같은데 그 '쾌활한'성격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몰랐다. 

 

결국 '쾌활한' 이미지는 포기하고 '걷기를 좋아하는' 것을 표현했다. 이 그림은 수업시간에 완성한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완성하였다.

나는 보고 그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 학원 강사생활까지 십년 가까이 보고 그리고, 외워서 그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수업 시간에 보고 그리는 자료가 없어 나뭇잎 한장도 그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집에 와서 지시문에 맞는 자료들을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그려서 완성하였다.  

지시문을 읽고 이미지를 시각화 하는 것이 미술치료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과제로 주어지는 Small Change를 통해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Small Change 

이번주 스몰 체인지는 지시문 시각화를 다른 대상에게 해보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시키는 것이니 부담은 없었다. 나는 미술 수업시간에 하면 되는 과제였다. 

가장 수업분위기가 좋은 3학년(중학교) 여학생반으로 정했다. 그반은 24명 정원 모두가 수업에 집중을 하는 반이었다.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이들은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거침없이 그림을 쓱쓱 그려나갔다. 나는 나뭇잎 하나 그리지 못했었는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깨달음이 왔다. 이 느낌이 뭘까...느낌을 그대로 적어보았다.

 

과감한, 거침없는, 자유로움, 틀이 없는, 학습되지 않은, 원시적인.

'원시적'이란 말을 네이버 사전으로 찾아보니 '자연 그대로의' 뜻이었다.

원시적인 생명력
'무(無)와 같은 상황에서 유(有)를 창조해낼 수준의 생명력

 

 

원시적인 생명력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보통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처음 시작하여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잉태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원시적인 이미지의 부족사람들에 대한 지시문을 주신걸까?...

아이들에게는 그 원시적인 생명력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표출됨이 느껴졌다.

나는 교육과 어떤 환경들에 의해 그 원시적인 생명력이 많이 갇혀 있는 듯하다.

아이들의 그림을 같이 보고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니 아이들의 반응은 '와~' 였다.

나의 그림은 기술력이 더해 진 것일 뿐 너희들의 그림 속에서 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기술력이 더해진 그림이 더 좋은 그림이라는 틀 속이 갇히지 않길...

아이들의 원시적인 생명력이 부러웠다.


지시문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내면에 있는 원시적인 생명력을 이끌어 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