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크레이머 미술치료 미술반 수업을 갔다 왔다. 수업을 마치고 청주로 내려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커피가 마시고 싶어 집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오후 4시 20분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시댁에 가서 저녁 늦게 아이들 잘 때나 온다고 카톡이 와 있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숏을 시키고 한 챕터를 읽어 나갔다. 한 챕터를 다 읽고 글을 쓰고 싶어 정신없이 집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켰다.
고명환의 책을 읽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독서를 하기로 마음 먹기 시작할 즈음,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수업도 시작되었다. 미술반 수업 개강하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도 체력이 달리기 시작하여 미리 한약을 한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체 해도 우선 한의원부터 간다. 양방보다는 한방을 더 좋아한다. 학기 초 신경쓸 일이 많아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 돼 학교 근처 한의원을 갔었다. 원장님이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주시고 침 한번 맞으니 두통도 사라졌다. 이번에도 그 한의원으로 갔다. 나의 생활 습관을 물어보셔서 요즘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본다고 하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말씀하신다. 이 책은 고명환이 낙타 단계에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 읽지는 않았지만 알고는 있었다. 그 책에서 작가는 달리기를 하며 더 달리고 싶어도 다음을 위해 달리고 싶은 마음을 참는다고 한단다. 소설을 쓸 때도 더 쓸 수 있지만 그때 펜을 놓는다고 한단다. 나에게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이신가 보다 했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는 다음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계속하는 것-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데는 그것이 중요하다.
체력이 점점 달리기 시작하는건 사실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다가 이제는 4시 반에 일어난다. 그렇게 생활한 지 한 달 하고 19일째다.
오늘 크레이머 미술치료 학교 미술반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미술치료 공부 '왜' 하냐고.
사람들은 모두 '무엇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돈을 벌려면 '무엇을'해야 할까부터 생각한다. 그러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지?' 하며 그만둔다고 한다.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돈을 벌려면 '무엇을'해야하지가 아니라,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왜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나는 왜 돈 들여 시간 들여 체력 들여 서울로 미술치료 공부를 하러 다니는가.
나의 소명을 찾기 위해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본질을 찾기 위해서다. 나에게 왜 미술을 하게 하였을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술 가르치라고? 무엇을 가르치라고? 내 소명을 찾기 위해 독서하고 미술치료를 배우고 있다. 이 의미를 놓치지 말자. 놓치지 말아야 체력이 달리더라도 힘들더라도 리듬을 잃지 않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 체력이 달린다면 체력을 키울 방법을 찾자.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
고명환이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알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에 조그만 가게 하나 얻어 장사를 했다.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바(Bar)를 운영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맑은 가을날, 야구장 잔디밭에 앉아 야구를 보다가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며 내려왔는데, 그때 그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뭔가 운명을 마주하고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을까?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소설을 쓰기로 하고 가게를 운영하면서 일하는 짬짬이 30분이나 1시간, 잘게 저민 시간을 얻을 때마다 원고지와 마주했다고 한다.
아...잘게 저민 시간... 그 의미가 절실히 느껴진다. 그렇게 살면서 보통 사람의 두 배쯤 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고명환은 늙어 녹슨 삶이 아니라 닳아 없어지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게를 접고 이제 긴 인생을 소설가로 살아갈 작정을 하게 된다. 소설가로서의 모습을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복귀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본래의 자신의 모습.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연스럽게 진지하게 살고 있다.
해가 질 때쯤이면 휴식을 취하다 잠이 들고 해 뜰때 쯤 일어나 오전에 집중해서 소설을 쓰고 오후에는 나머지 일들을 하고. 소설을 쓰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나머지 일들은 거절하게 되고.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달린다. 소설을 쓰기 위해 체력을 기르려고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의 삶에서 필요한 것들만 남고 나머지는 버린다.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이런 모습이겠다. 그 모습이 삶의 참된 모습이다.
챕터 제목이 '나는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가 아니라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이다.
고명환이 말하고 세스고딘(이카루스 이야기 포스팅)이 말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고 있다.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나타난 운명처럼 나에게도 나의 본래의 모습이 운명처럼 나타날까?
오늘 미술치료 미술반 수업 주제가 <진지한 몽상>이었다. 수업에 들어가면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은 놀이를 할때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어른들은 심각하지만 진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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