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코끼리 없는 동물원 - 소유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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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코끼리 없는 동물원 - 소유와 존재

by 미술교사 2024. 10. 6.

 
[#유퀴즈온더블럭] 7년간 시멘트 방에서 지낸 '갈비 사자' 바람이를 구조하다🚨 인간의 이기심에 이용당한 동물의 왕🤬 - YouTube
 

 
 
우리학교로 김정호 수의사님께서 강연을 오신다고 한다.
강연을 기획하신 선생님은 강연을 듣기 전에 그가 쓴 책 '코끼리 없는 동물원'과 그가 나온 '유퀴즈' 프로그램을 보자고 권하셨다.
김정호 수의사는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있는 사자 '바람이'를 구조해 청주 동물원에서 보살피고 있었다.
바람이는 개인 실내 동물원에 7년 동안 작은 우리에 갇혀있으면서 갈비만 앙상하게 남아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사자 수명이 20여 년이라는데 그 7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나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실내 동물원이며 아쿠아리움을 다녔었다. 나도 그런 곳을 갈때 마다 맘이 불편해지고 다시 가고 싶지가 않았었다. 실내 동물원 동물들은 좁은 우리 안에서 사람들이 줄 먹이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 곳을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유리벽 쪽으로 자기 몸통만 한 폭의 수족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대한 고래를 보았었다. 사람들을 위해 그들을 학대하는 것 같아 맘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 역시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청주 동물원도 몇해 전까지만 해도 많은 동물들을 데려다가 전시해 놓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바람이 같이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했으며 동물원은 그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치료소라고 한다. 
목적에 맞지 않는 장소에 갔었을 때의 불편함, 이제야 목적에 맞는 공간으로 바뀐 듯하다.

청주 동물원의 수의사 김정호 

 

코끼리 없는 동물원

 
김정호 수의사가 쓴 책 '코끼리 없는 동물원'이다.
저자 소개와 책은 나에게 온통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적 갔었던 동물원을  생각해보면 내가 살았던 전주에 있는 동물원에는 코가 잘린듯한 코가 짧은 코끼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코끼리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이며 그 외에 호랑이며 사자며 하는 야생동물들이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던 동물이었다. 그런데 책 제목이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 코끼리 없는 동물원'이라니...  
김정호 수의사는 코끼리가 없는 어떤 동물원을 꿈꾸는 걸까?...
'동물원에도 수의사가 있었나? 동물원에는 사육사가 있는 거 아냐? 수의사는 동물병원하는 사람아냐?... 아, 동물원의 동물들도 아플 수가 있으니 동물원에도 수의사가 필요하겠구나' 
김정호 수의사는 현재 청주 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으며 책날개 저자 소개에 그는 동물들을 돌보며 닮아가길 원한다고 한다. 이 사람의 동물에 대한 시선이 궁금해지며 책을 넘기게 된다. 
박람이, 표돌이, 하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을 그들로서 존재할 수 있게 노력하는 김정호 수의사의 모습들이 보였다.


박람이 이야기

노령의 호랑이 박람이는 걸음이 불편해지면서 하루종일 나무침상에 앉아 생활하게 되었고 욕창이 생기게 되어 수술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수술을 하루 앞두고 김정호 수의사는 박람이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박람이가 원하는 것을..
 
박람이가 죽고 박람이가 항상 앉아 있던 평상에 앉아 박람이가 그곳에 앉아서 바라보았던 풍경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시선의 끝에는 양지바른 무덤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예전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왔었던 숲이 있었다고 한다. 박람이는 여기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그곳이 자기가 돌아갈 곳이라는 것을 알았었을까?...
 
김정호 수의사는 유퀴즈에 나와 야생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아픈것을 숨긴다고 하였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 박람이를 한참 쳐다보고 박람이가 앉았던 곳에 앉아 박람이의 시선을 느껴 본 것이다. 

 

표돌이 이야기

표돌이는 동물원에서 태어난 표범이다. 꼬리에 상처가 생겨 수의사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마취총을 쏘려한다. 총을 쏘려 한 것을 눈치챈 표돌이는 수의사를 피하다가 결국 수의사에게 덤벼든다. 비록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그 본성인 야생성은 숨길수가 없었다. 달려드는 표돌이에게 마취주사기를 꽂아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치고 수의사는 어쩌면 꼬리를 절단하면 간단해졌을 표돌이의  꼬리를 살리려 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표범 표돌이의 상처난 꼬리를 간단히 잘라버리지 않고 매화무늬가 새겨진 꼬리를 잘 낫게 해서 한때 한반도를 호령했던 맹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니 이야기

얼룩말의 얼룩무늬는 야생의 아프리카 초원에서 무리를 이루면 거대한 몸집처럼 보여 사자와 같은 포식자도 감히 접근할 수 없게 한다. 그러기에 얼룩말은 집단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그런 얼룩말의 집단생활을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에 있던 얼룩말 제니가 혼자 있게 되자 정신질환을 앓게 되어 다른 동물원에서 얼룩말 하니를 데리고 왔다. 그 둘은 어미와 자식처럼 붙어 다녔었는데 나이가 많았던 제니가 죽게 되자 하니에게 궁여지책으로 다른 종 말인 향미, 동백이와 함께 살게 했다. 기존의 얼룩말 사는 사육사들의 청소가 용이하도록 시멘트 바닥으로 되어있었는데 시멘트 바닥은 얼룩말들의 발굽질환의 원인이 되곤 했다.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흙바닥으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거기엔 얼룩말이 뜯어먹을 정도의 풀이 자라 있었다. 그곳으로 옮겨진 하니는 그 풀을 다 뜯어먹을 때까지 사육사가 주는 건초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풀을 다 먹게 되자 혼자 있던 우리를 탈출하였는데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하니처럼, 동물원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김정호 수의사는 하니가 동물원에서의 마지막 얼룩말이 되기 바라며 향미, 동백이와 서로 의지하며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 없이 살다 가기를 바라고 있다.
 

코끼리 없는 동물원

고명환의 책 <고전이 답했다>에 에리히 프롬의 책 <소유냐 존재냐>에 대한 챕터가 생각났다.
이제까지의 동물원은 동물들을 인간의 소유물로 한정하였는데 김정호 수의사는 동물들을 존재 그 자체로, 생명체로 바라보고 느껴보고자 하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동물을 동물로서 존재하게 하는 건 뭘까?...
동물원에서 태어난 얼룩말 하니는 사육사가 주는 먹이만 먹다가 바닥에 풀이 있는 곳으로 옮겨지자 풀을 다 먹을 때까지 사육사가 주는 먹이는 먹지 않았었다. 동물원에서 태어났어도 초원의 풀을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혼자인 우리를 탈출해 자유로운 몸이 되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모습을 보며 얼룩말의 집단생활을 위해 다른 종의 말이라도 같이 살게 해주는 것, 그런 하나의 모습을 보며 동물원에서 얼룩말의 개체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하는 것. 
표범 표돌이의 상처난 꼬리를 간단히 잘라버리지 않고 매화무늬가 새겨진 꼬리를 잘 낫게 해서 한때 한반도를 호령했던 맹수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 노령의 호랑이 박람이가 죽은 후 박람이가 앉아있던 곳에 앉아 박람이의 시선이 닿았던 숲을 바라보는 것,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아직 남아있는 동물로서의 본성을 지켜주는 것이 김정호 수의사가 야생동물을 존재하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코끼리는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 사는 동물이다. 몸집도 거대하여 한번 질병을 앓게 되어 쓰러지면 자신의 무게에 눌려 혈류순환부전 등 여러 문제가 생겨 일으켜 주지 않으면 영원히 못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거대한 코끼리를 일으켜 세우려면 크레인을 동원해야 하며 코끼리사 안에 크레인이 들어갈 수 없어 여러 장비들을 동원해 코끼리 우리의 지붕을 들어내야 한다고 한다. 청주 동물원은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코끼리가 살 수 있는 넓은 평사를 제공할 수도 없을 뿐더러 치료 시 장비들을 동원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과거처럼 코끼리를 동물원의 큰 자산으로 보지 않고 과감히 사육을 포기하는 것이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산 중턱에 있는 청주 동물원에는 코끼리는 없고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훈련 중인, 그리고 야생에서 놀러오는 동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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